그리하여 청상으로 남은 청암부인은 대체 어떤 심경이었을까? 얼마나 막막하였을까?
참 기구한 운명들이다.
보쌈마님의 운명도 운명이거니와 소복입은 새각시인 청암부인의 기구함이라니.
그 기구함을 버티고 버텨왔는데, 성씨하나 지키자고 버텨왔는데 창씨개명이라니!
청암부인에게 창씨개명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일 것이다.
청암부인이 죽지 않고 살아 남은 이유는 종부였기 때문이다.
흘러내려오는 핏줄과 플러가야할 핏줄의 중허리를 받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아서 할 일이 있었기에, 혈손의 맥을 잇는 일을 위해 살아남은 것이다. 그래서 어린 손부 효원에게 애틋한 것이다.
웬만한 사람이 해내지 못한다는 흡월정을 해내는 효원을 보고서 유촌댁은 왈칵 겁이 난다. 그 집념, 오기, 범접할 수 없는 기상에... 그리고 그런 효원과 맞먹는 심정의 청암부인은 천만마디 말보다도 더욱 아픈 심정 한 토막의 말로 합장을 하며 빈다. 아들 하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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