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열음의 김장 행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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살림살이를 아우르는 교육과정의 진수가 들살이라면 그 중에서도 흙살림과 밥살림의 진수는 한 해를 오롯이 정성들여 가꾼 농작물로 만드는 김장이 아닐까 합니다.
해가 갈수록 쉽고 편한것에 익숙해 지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열음은 밭을 일궈 절기에 맞춰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전 과정을 손수 해 봄으로써 살림을 머리가 아닌 몸이 터득하도록 돕고 있습니다.
올해 학교 새 터전 이사와 코로나로 일상이 멈췄던 힘듦 속에서도 마당 한켠에 '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'로부터 텃밭 상자를 지원 받아 배추와 무, 갓을 심고 옛터전 주인분의 배려로 작으나마 뒷 공간에 무를 심을 수 있었습니다.
그리고 열 네댓 부모님들(한 분 한 분 언급은 못 하지만 공지란을 빌어 감사드립니다.)의 정성어린 김장 물품 후원과 '괴산 한살림 우리씨앗'에서도 적지만 배추 얼마를 후원받아 김장에 필요한 물품들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.
아직 열음만의 어엿한 농지는 없지만 작은 도움들이 모여 이렇게 김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열음의 저력이자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.
이 외에도 오랫동안 방과후를 도맡아 주셨던 글라라쌤의 노련한 도움을 받아 김장속도 만들 수 있었고 아이들의 서툰 김치 만들기에도 묵묵히 호흡을 같이하며 인내해 준 길잡이 쌤들과 보조 교사 쌤들도 김장을 하는데 필요하신 보이지 않는 큰 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.
5,6의 몇몇 아이들은 어제 절인 배추를 밤에 뒤집겠다며 도우미로 지원해서 학교에서 1박을 하며 탁구도 치고 재밌는 추억도 쌓았습니다. 그 외에도 1학년들의 고사리 손으로 다듬은 파와 마늘, 3,4학년들의 텃밭 상자에서 기른 배추, 무, 갓 수확과 다듬기 등 김장 하나에 깃든 정성과 손들이 꽤 많았습니다.
그런 의미에서 열음에서의 김장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서 품앗이와 십시일반의 정신을 고스란이 보여준 우리네 정서이자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네 풍경이 아닐까 합니다.
오늘 김장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모든 부재료를 다 준비하고 쌤들이 버무린 후 글라라쌤께서 맛을 보라고 노란 속잎에 김치 하나를 싸서 선생님들에게 맛을 보라고 줄 때 였습니다.
아이들의 '나도 한 입만' 하는 그 눈빛과 아쉬운 탄성이 한 녀석도 빠짐없이 여기 저기서 흘러 나왔는데 글라라쌤께서 임금의 수랏상에 오르기 전 수고한 쌤들이 기미상궁을 하는 거라며 아이들을 달래 주기도 하셨습니다.
마무리로 마당 난간 곁 한 귀퉁이에 5,6 아이들이 열심히 땅을 파고 김장독을 묻었습니다. 이제 긴 겨울잠을 자며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쳐 우리네 밥상에 오를 김치를 인내하며 기다려 봅니다.
사람도 묵은 김치처럼 맛깔 나려면 인고의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장을 통해 지혜를 배웁니다.
아무쪼록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열음의 "우리" 부모님들께서도 깊어져 갈 겨울을 한 마음으로 꼭 부여잡고 잘 견디어 내시기를 응원드리며 지나가시는 길이라면 언제든 김장 김치도 맛 보시라 권해 봅니다.

#열음학교 #김장 #초등대안 #대안학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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